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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 입어보니 알겠더군요. 그 '적당함'의 미학과 아쉬움에 대하여
사실 제가 평소에 즐겨 입는 옷들은 대부분 연식이 좀 된 것들이거나, 아니면 소재 자체에서 오는 깊이가 명확한 것들이에요. 캐시미어 니트 하나를 사도 1970년대 스코틀랜드産 브랜드를 찾아 헤매는 스타일이다 보니, COS 같은 컨템포러리 브랜드는 왠지 모르게 제 바운더리 밖에 있었습니다. 워낙 미니멀하고 모던한 이미지가 강해서, 뭔가 저에게는 차갑고 무미건조하게 느껴지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지난주에 우연히 백화점에 들렀다가, 마네킹에 걸려 있는 코튼 캐시미어 혼방의 릴렉스드 핏 스웨터를 보게 됐어요. 색이 참 묘한 오트밀 베이지였는데, 형광등 아래서도 은은하게 빛이 퍼지는 느낌이 아니라 빛을 머금은 것처럼 차분하게 가라앉는 질감이더군요. 순간 '어? 이건 좀 다르네' 싶어서 발걸음을 멈추고 몇 벌을 집어 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입어본 몇 가지 아이템의 아주 솔직한 후기를 풀어보려고 합니다. 좋았던 점과 아쉬웠던 점을 있는 그대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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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그 'COS 스럽다'는 건가 싶었던 순간 가장 먼저 입어본 건 그 유명한 와이드 레그 치노 팬츠입니다. 보통 이런 브랜드의 와이드 핏은 의도가 과해서 바지가 나를 입는 느낌이 들 때가 있는데, 이건 아니었어요. 허리에서 골반까지는 슬림하게 떨어지다가 무릎 아래로 내려오면서 자연스럽게 퍼지는 실루엣이 정말 절제되어 있었습니다. 원단은 두꺼운 코튼 트윌인데, 제가 예전에 입었던 영국 빈티지 밀리터리 트라우저와는 또 다른 결이에요. 빈티지 밀리터리는 확실히 투박하고 시간이 지나면 내 몸에 길들여지는 맛이 있는데, 이건 처음부터 완벽하게 '계산된 핏'으로 몸을 감싸는 느낌이랄까요. 그래서 거부감이 없었고, 오히려 옷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아, 깔끔하다'라는 인상을 줄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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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디테일을 찾는 재미는 분명 있어요 두 번째로 입어본 건 볼륨 소매가 포인트인 실크 혼방 블라우스입니다. 요즘 추세에 비해 노출이 적은 라운드 넥 디자인이었는데, 입었을 때 정말 우연히 발견한 디테일이 있습니다. 뒤쪽 칼라 라인 안쪽으로 같은 원단을 한 겹 덧대서 봉제선을 아예 감춰버렸더군요. 덕분에 깃이 절대 뒤집히지도 않고, 목 뒤에 닿는 감촉이 마치 낡은 실크 스카프처럼 부드러웠어요. 이런 디테일은 확실히 놀라웠습니다. 보통 소비자들이 쉽게 알아채지 못하는 부분에 이렇게 원가와 공정을 쏟아부었다는 건, 만드는 사람들이 옷에 진심이라는 방증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여기서 빛이 바래는 건, 바로 원단 자체의 한계입니다. 말씀드렸던 코튼 캐시미어 스웨터를 실제로 입었을 때의 촉감은, 분명 좋은 원사가 들어간 건 맞는데 무언가 2% 부족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습니다. 제가 평소에 몸에 두르는 오래된 로로피아나나 존스톤스 오브 엘긴 같은 구닥다리 캐시미어는, 입었을 때 공기층이 옷감 속에서 살아서 숨 쉬는 것처럼 보온을 해줍니다. 샤워 후 젖은 피부에도 그대로 걸칠 수 있을 만큼 섬세하죠. 그런데 COS의 니트는 뭔가... 맞춤형처럼 딱 떨어지는 실루엣을 위해 원사를 약간 죽여서 짠 느낌이었어요. 텐션감이 강하다고 해야 할까요. 입자 자체는 고운데, 그 고운 입자들이 서로 꼭 껴안고 있어서 통기성이 떨어지고, 시간이 지나면 기계 세탁이 아닌데도 보풀이 필링처럼 일어나는 그런 원단 특유의 불안함이 엿보였습니다.
- 그래서 누구에게 권하냐고 묻는다면, COS는 확실히 '모던 클래식'을 지향하는 젊은 층에게는 좋은 입문 브랜드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복잡한 디자이너의 철학을 굳이 몰라도, 옷 자체가 꽤 정직하게 떨어지니까요. 저처럼 꼰대처럼(?) 원단의 헤리티지와 시간이 빚어내는 에이징을 중시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심심하거나, 오래 입었을 때의 즐거움이 덜할 수 있겠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요란하지 않은 디자인 속에 숨은 디테일은 탁월하지만, 막상 피부에 닿아 하루를 함께하는 소재의 깊이에 있어서는 제가 아는 올드 빈티지 럭셔리와는 분명히 다른 길을 가고 있더군요.
결국 제 돈을 주고 사진 않을 겁니다. 하지만 그 옷을 고르는 누군가의 깔끔한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은 존중하게 만드는, 그런 묘한 아이러니가 있는 브랜드였어요. 그래서 COS를 입으실 거라면, 유행에 휩쓸리기보다는 자기 몸에 정말 딱 맞는 사이즈감과, 통제된 실루엣이 주는 이점을 제대로 즐겼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이 브랜드를 가장 현명하게 입는 방법이 아닐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