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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하울 · 득템

아니 이 미친 스웨이드 조끼 때문에 하루종일 일할맛 났다 ㄹㅇ

그런지락·33분 전·조회 48

얘들아 나 요즘 패션 맛탱이 가는 줄 알았는데 이거 하나로 겨우 회생했음 ㅋㅋㅋㅋ 진짜 죽어가던 내 템들 다 살려낸 구세주 등장했음

며칠전에 홍대 작업실 앞 골목에 빈티지샵 털러 갔거든. 원래는 그냥 닥터마틴 말아먹어서 새로 사려고 갔는데, 입구에 마네킹이 입고있는 이 새끼 보고 그대로 홀려서 들어갔다. 톤 다운된 올리브 그린에 군데군데 인위적인 컷팅이랑 바랜듯한 워싱감. 만져보니까 개부드러운 스웨이드. 존나 탐났음 근데 가격표 보고 식겁 ㅋㅋㅋ 중고 빈티지 주제에 7만원? 정신나갔나 싶었는데 이게 레이어드의 끝판왕일 것 같은 느낌이 딱 오더라

일단 나는 좀 마르고 어깨가 좁아서 뭘 입어도 옷이 나를 입는 느낌이었음. 근데 이 베스트는 완전 오버핏인데도 어깨랑 암홀 부분이 딱 적당하게 떨어져서 핏이 지린다. 체크 셔츠 위에 딱 걸쳤는데 아 ㅅㅂ 그런지 감성 제대로네

퇴근하고 바로 집 가서 옷방에서 혼자 별 지랄 다함 ㅋㅋㅋㅋ

  • 낡은 너바나 티셔츠 + 찢청 + 이 스웨이드 조끼: 걍 94년 시애틀임
  • 까만 터틀넥 + 가죽 자켓 위에 이거 걸침: 헐 약간 꾸안꾸 모던 느낌? 이럴수가
  • 심지어 밴드 후드티 위에도 입어봤는데 레이어드가 예술이다 존나 다 잘어울림 미친거 아니야?

사람들이 다들 요즘 루즈핏이 대세라고 하는데 나는 옷 자체가 박시한 것보다 이렇게 조끼같은 걸로 일부러 풀어내는 느낌이 더 리얼 그런지락 같더라. 셋업 쫙 빼입고 다니는 애들 보면 옷이 너무 깔끔해서 숨막힘. 내가 옷 입는 이유는 그런 게 아니야. 약간 일부러 헤진듯한거, 친구한테 옷 빌린듯한거 그런 게 더 힙함

아까 낮에 입고 작업실 갔는데 동료가 내 상태 보고 “야 너 요새 돈 좀 버냐?” 이럼 ㅋㅋㅋㅋ 아니라고 7만원짜리라고 했더니 안믿더라. 그래서 말했지 이게 존나 예술이라고. 좋은 옷은 비싼 게 아니라 이렇게 텍스쳐랑 무드가 살아있는 거라고. 모던 시크 감성으로 올블랙 입었을 땐 장례식 가냐고 놀리던 새끼가 이번엔 진짜 탐내더라

근데 진짜 이거 하나로 가을 환절기 완벽하게 넘길 듯. 아침저녁으론 찬바람 불어서 걸치기 좋고 낮엔 좀 더우면 벗으면 되고. 자켓처럼 무겁지도 않고 맨투맨처럼 가볍지도 않은 그 애매한 무게감이 딱 좋음. 거기에 이 찢어진 디테일 때문에 기본템들도 전혀 심심하지가 않아

암튼 스웨이드 조끼 하나 업어오고 인생템 다시 만난 기분이라 신나서 주저리 써봤다. 너네도 베스트 하나쯤은 무조건 장만해. 내 말 듣고 후회 안 할 테니까 진심임 ㅋㅋㅋ 밴드 티셔츠에 찢청 입는 그런지충들 필수템이다 이거 다음에는 이거에 체인 달고 페도라 써볼까 생각중. 근데 친구가 또 장례식이냐고 할까봐 무서움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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