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 · 득템
차콜 셋업 하나 더 들였다. 이번엔 핀스트라이프 없이.
요즘 셋업 자체에 꽂혀서 계속 눈여겨보다가 결국 하나 더 질렀음. 이번엔 무늬 없는 차콜. 기존에 갖고 있던 건 은은한 핀스트라이프였는데 그건 출근이나 면접용 느낌이 좀 있어서, 평상시에 편하게 입을 무지 셋업을 찾고 있었거든.
근데 무지 셋업이 의외로 함정이 많더라.
- 핏이 너무 정장스러우면 퇴근길에 상사로 오해받는 느낌이고
- 너무 캐주얼하게 떨어지면 그냥 트레이닝복 같아지고
- 어깨 라인은 또 살아야 하고
- 기장은 무조건 발목 위에서 끊겨야 하고
그래서 이번엔 오프라인 매장 세 군데 돌면서 직접 입어봄. 거울 앞에서 팔 벌리고 앉았다 일어났다. 결국 고른 건 어깨는 살짝 드롭이고, 소매 통은 넓지 않게 잡혀 있고, 바지 밑단은 살짝 테이퍼드 들어가는 그런 라인. 허리에 주름 없고. 차콜 특유의 깊은 톤이 낮 시간대 자연광에서도 안 밝아서 좋음. 밤에 가로등 아래서 보면 거의 블랙처럼 보이는데 그 느낌도 마음에 들고.
입어보니까 재질도 내가 좋아하는 쪽이었음. 너무 반질거리지 않고, 그렇다고 면처럼 구겨지지도 않는. 앉았다 일어나도 무릎 부분이 늘어나거나 접힌 자국이 과하게 안 남는 정도. 이게 진짜 중요하더라. 셋업은 서 있을 때만 이쁘면 안 되고, 의자에 앉았을 때 무릎 뒤쪽 주름이랑 밑위 라인이 살아있어야 함. 특히 밑위가 짧으면 앉을 때마다 불안하고, 길면 다리가 짧아 보이고... 이번에 산 건 그 밸런스가 괜찮았음.
가격도 무난했음. 요즘 셋업 가격 다들 미쳐서 10만원 넘는 거 기본인데, 이건 많이 안 들였고 딱 가성비라고 부를 만한 선. 추가 수선 없이 기성 사이즈로 맞은 것도 컸다. 바지 기장만 살짝 접어 입을까 말까 고민 중.
오늘 아침엔 이너로 회색 목폴라 입고 그 위에 셋업 재킷 걸치고 나왔는데, 강의실에서 벗지도 않고 그냥 있었음. 원단이 부드러워서 그런지 팔꿈치 꺾을 때 불편함도 덜하고. 확실히 무지 셋업 하나 있으면 아침에 바지 뭐 입지 고민은 사라짐. 상의만 바꿔주면 되니까.
다만 손목 시계는 살짝 가려지더라. 재킷 소매 길이가 꽤 와서. 이건 뭐 시계를 차라리 안 차거나, 셔츠처럼 소매를 한 번 접어서 입는 것도 방법일 듯. 근데 그건 셋업의 떨어지는 라인을 깨는 느낌이라서 아직 안 해봄.
사진은 첨부를 못 하니 글로 풀자면, 전체적으로 실루엣은 일자에 가까운데 발목 쪽으로 살짝만 좁아지는 라인. 재킷은 허리 억제 없는 박시한 편이라 입었을 때 몸에 딱 붙지 않음. 그래서 티셔츠보다는 목폴라나 셔츠랑 입는 게 라인이 더 이쁘게 나옴. 반팔 티에 걸치면 팔 쪽이 좀 붕 뜨는 느낌 있어서 비추.
아무튼 이번에 하나 들이고 나니까 다음엔 그레이 셋업도 욕심나네. 근데 그레이는 아무나 소화한다고 생각 안 해서 아직 고민. 특히 밝은 그레이는 실내 조명에서 너무 튀는 경우가 있어서... 일단 이번 주는 이 차콜 셋업이랑 이것저것 조합해보면서 실패 사례 있으면 또 올리겠음.
셋업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슨 색 위주로 입는지 궁금하네. 나는 아직 블랙이랑 차콜밖에 없는데, 다들 하나쯤은 베이지나 네이비 갖고 있더라. 난 그런 색은 손이 안 가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