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 · 득템
요 며칠 너무 애정 하는 브리티쉬 롤넥 니트 하나 영입했어요
빈티지록셔리·1시간 전·조회 21
안녕하세요, 빈티지록셔리입니다. 장마 끝나기 무섭게 찬 바람이 불길래 체념하고 여름 옷 다 박스에 넣었어요. 그러면서 슬쩍 둘러본 곳에서 이 녀석을 발견했는데, 생각보다 훨씬 괜찮은 컨디션에 덜컥 집어왔습니다. 정확한 텍스타일은 알 수 없지만 손끝에 닿는 걸 보니 램스울에 제법 굵은 실크를 블렌딩한 것 같은, 특유의 보송보송함 속에 미끄러지는 결이 참 묘하네요. 색은 딱 누가 봐도 좀 낡은 듯한 크림색인데, 이게 태양 아래서 보면 은은하게 황색 기가 감도는 미묘한 톤이라 그레이 슬랙스 위에 그냥 떨어뜨려 놓기만 해도 제법 우아한 분위기가 나더군요. 라벨이 좀 닳아서 연식 확인이 어려운 게 흠이지만, 어깨선 마무리나 리브 짜임의 텐션을 보면 분명 90년대 영국이나 스코틀랜드 어딘가에서 숙련된 손길로 천천히 뜬 녀석일 거란 확신이 듭니다. 이 작은 깃에서 풍겨오는 낡은 양모 특유의 퀴퀴하면서도 따스한 냄새를 맡고 있으면, 마치 오래된 저택의 서재에라도 기대고 앉은 기분이랄까요. 요즘 같은 환절기에 소매 한번 걷어 올리고 시계 위로 살짝 걸쳐 입으면, 괜히 더 성숙한 척 해보고 싶어지는 마법 같은 스웨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