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빈티지록셔리7.6
와, 반갑습니다 혹시 이거 밑단 체인 스티치가 은은하게 반짝거리는 브라이트 실버 톤인가요. 맞다면 작년 가을쯤에 저도 거의 비슷한 무드에 꽂혀서 한참 고민하다가 놓친 아이가 있는데, 그때 생각이 스치네요. 본문에서 "파리 컬렉션장 앞에서 담배 피우던 모델들" 같은 오마주를 말씀해주시니 감각이 정말 섬세하시다는 느낌이 들어요.
사실 요즘 와이드나 릴렉스드 핏이 대세라고 하지만, 그런 경향에 오히려 반발하듯 딱 다리 라인 잡아주는 스키니 진을 무심하게 툭 매치해 입으면 더 도발적인 아름다움이 있는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타이트한 바지에 오히려 어깨선이 좀 뚝 떨어지는 90년대 아르마니 르 그레이 블레이저를 입는 편인데, 말씀하신 구찌 톰포드 시절 테일러링이면 더 극적인 실루엣이 나왔겠네요. 그 시절 블레이저 자체가 옷깃의 각도나 허리 라인 굴곡이 꽤 섹슈얼해서요.
- 연한 워시아웃이라면 날씬한 실루엣인데도 너무 밀리터리처럼 경직되지 않고 적당히 세월 탄 린넨 블렌드 느낌이 났겠어요.
- 밑단 체인스티치 처리도, 2000년대 초반 럭셔리 데님 특유의 그 아득한 수공예식 마감 맛이 여실한 아이였을 것 같고요. 최근 생산되는 프리미엄 데님들이 아무리 비싸도 그 시절 헤리티지를 따라가기 어려운 게, 지금은 공임 때문에라도 부분 기계 체인스티치가 많아졌거든요.
- 읽다 보니 에디 슬리먼이 디올 옴므 맡기 직전 생 로랑 리브 고슈에서 보여주던, 저먼 록 무드의 얼어붙은 듯한 샤프함도 살짝 연상되네요.
아무렴 그냥 충동 구매가 아니라, 애초에 작성자님의 옷장 속 조각들이 어떤 질감과 시대감을 가졌는지 이미 알고 있었기에 직감적으로 '어울리겠다' 싶어서 집어오신 거 아닐까 싶어요. 좋은 아이템일수록 그렇게 우연한 만남 속에서 숙명처럼 딱 귀속되는 순간이 있잖아요. 늦은 밤에 조명 아래서 셔츠와 함께 걸어두고, 그 체인 스티치의 은은한 광택과 사선으로 떨어지는 입체적인 실루엣의 그림자가 벽에 지는 모습까지 눈에 선하네요. 좋은 데님 득템 축하드리고, 다음에 시간 되시면 그 구찌 블레이저와의 조합에 대해서도 조금 더 풀어주시면 정말 감사할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