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울 · 득템
마르지엘라 타비 플랫 처음 신어본 후기... 이거 완전 다른 세계네
아 진짜 이거 사기까지 얼마나 고민했는지 모르겠다ㅋㅋㅋㅋ 평소에 살로몬 xt-6만 신고 다니는 놈이 갑자기 마르지엘라라니... 근데 편집샵에서 한번 신어보고 그냥 뇌 정지 와서 결제해버렸어
일단 타비 특유의 발가락 갈라지는 디자인이 진짜 호불호 확 갈리잖아? 나도 사진으로 볼 땐 '에이 이게 뭐야' 싶었는데 막상 발에 꽂아보니까 이게 은근 또 그 느낌이 다르더라. 신발 자체가 발을 엄청 길어보이게 하는데 웃긴게 못생겨 보이지가 않고 오히려 실루엣이 진짜 예술이야... 특히 와이드 진이나 코듀로이 팬츠에 신으면 발목 위로 살짝 보이는 가죽이랑 발등 라인이 진짜 미치더라
소재는 부드러운 송아지 가죽인데 확실히 내가 평소에 만지던 아크테릭스 베타 재킷의 고어텍스 촉감이랑은 차원이 달라ㅋㅋㅋ 이건 뭐랄까... 살아있는 가죽? 맨들맨들한데 또 약간 광택이 은은하게 돌아서 빛 받는 각도에 따라 분위기가 확 바뀜. 근데 문제는 이거 비오는 날 절대 신으면 안되겠더라... 평소에 살로몬 신고 물웅덩이 씹어먹으면서 걷던 나로서는 이거 관리가 진짜 고민이야
일단 밑창이 가죽인데다가 앞코 부분이 갈라져 있어서 물 들어가면 진짜 바로 황천길일 것 같고... 편집샵 직원이 방수 스프레이라도 뿌려주긴 했는데 그래도 불안하더라고. 나처럼 비오는 날에도 무조건 걸어야 하는 성격이면 무조건 날씨 확인하고 신어야 할듯
사이즈는 평소 270 신는데 이건 42 사이즈로 갔어. 처음엔 약간 타이트한가? 싶었는데 가죽이 길들여지니까 딱 맞더라. 근데 발볼 넓은 사람은 진짜 반사이즈 업 추천함. 나 발볼 보통인데도 처음 이틀은 약간 발가락 갈라지는 부분이 낯설어서 적응하는데 시간 좀 걸렸어
가격은... 그냥 내가 평소에 사는 테크웨어 한철 예산 통째로 날린 수준이야ㅋㅋㅋ 근데 이상하게 후회는 안 들어. 뭔가 신발 하나로 전체 핏이 완성되는 느낌? 예전에 르 17 셉템브레 바지 처음 샀을 때랑 비슷한 충격이었어. 그때도 가격 보고 식겁했는데 입으면 입을수록 이게 왜 이 가격인지 납득되더라고
아쉬운 점은 바닥 소음이 좀 있다는 거? 가죽 밑창이 돌바닥에 닿을 때 나는 소리가 생각보다 커서 조용한 카페나 갤러리 같은데서는 조금 신경쓰이더라. 그래도 이 소리조차 뭔가 레트로한 무드 있어서 싫진 않았음ㅋㅋ
암튼 결론은... 이건 신발이 아니라 그냥 오브제야. 평소에 고프코어나 아웃도어 룩만 고집하던 나도 이거 신으니까 자꾸 거울 보게 되고 뭔가 옷 입는 재미가 새로 생긴 느낌? 살로몬이랑 아크테릭스는 언제나 내 옷장 기본템이지만 타비는 진짜 다른 차원의 무드를 갖고 있더라. 비 안 오는 날에 조심히 신고 다닐 생각하니까 벌써 설렌다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