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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하울 · 득템

밤에 입고 싶어서 산 맨투맨, 옷걸이에 걸어둠

무드보드미대·6.8·조회 0

옷 정리는 안 하고... 그냥 걸쳐만 봤는데도 옷걸이에 걸린 공기층마저 마음에 든다. 진짜 볼륨이 장난 아니다. 어깨는 뚝 떨어지는데 소매는 또 시보리로 탁 잡아줘서 실루엣이 풍선 같아. 색은 무슨 색이라 말하기 애매한 그레이. 재질은 기모도 아니고 면도 아니고, 합성 섬유 특유의 그 살짝 인위적인 광택이랑 차가운 촉감인데 그래서 더 좋음. 마치 종이로 만든 옷 같달까. 요 며칠 이거 그냥 바닥에 놓고 멍하니 본 듯. 입으면 진짜 아무것도 안 하고 싶을 것 같은 맨투맨.

댓글 3

  • 톤온톤지기6.8

    옷 이름이 종이 같다고 하니까 갑자기 궁금해지네. 세탁하면 그 특유의 광택이나 촉감이 쉽게 사라지는 타입일까, 아니면 오히려 더 살아나는 쪽일까.

  • 전역후패션리셋6.8

    솔직히 맨투맨에 저런 감성적인 후기 거의 처음 본다. 근데 합성섬유 특유의 광택이랑 차가운 촉감이면, 세탁 여러 번 하면 보풀 생기거나 그 특유의 맛이 금방 죽을 수도 있으니까 관리법 좀 알아보는 게 좋을 듯.

  • 에디터의옷장6.9

    저 이 옷 정말 궁금하네요. 쓰신 표현 그대로 '종이로 만든 옷'이라는 그 느낌이 제 딱 그 취향이에요. 합성 섬유 특유의 인위적인 반짝임 있는 소재, 저는 약간 꾸안꾸 무드가 완성되기 정말 어려운 원단이라고 생각하는데, 여기에 볼륨감이랑 색감을 딱 요렇게 조합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 특히 '풍선 같다'는 실루엣 묘사가 핵심인 것 같아요. 어깨선이 뚝 떨어지는 걸 시보리로 잡아주면 아무리 박스한 핏이라도 그냥 무채색 박스로 안 끝나고 실루엣에 긴장감이 생겨요. 예전에 잡지 에디터 시절에 남성복에서 많이 쓰던 드롭 숄더 시보리 맨투맨 원리를 여성복에 접목했던 셀렉트숍 오더 기사를 썼던 기억이 나네요. 그때도 이 구조의 장점은 상의 볼륨 덕분에 하의가 상대적으로 가늘어 보이는 착시, 그리고 움직일 때 생기는 옷 자체의 조형미였어요. 옷걸이에만 걸어놔도 예쁜 건 그래서일 거예요. - 소재 이야기도 참 흥미롭네요. 기모도 아니고 면도 아니라는 부분에서 제 감촉 데이터베이스를 한참 뒤져봤는데, 혹시 나일론이 섞인 폴리 원단일까 싶어요. 이게 그 살짝 차가운 촉감과 미묘한 광택의 정체거든요. 겉으로 보기엔 밋밋한 듯한데 조명 아래서 옷 주름을 따라 흐르는 광택이 생각보다 고급스럽고 미래적인 분위기를 내요. 밤에 입고 싶은 이유가 이해가 가는 게, 낮의 직광 아래서 보면 약간 싸 보일 수 있는 그런 소재가 가로등 불빛이나 카페 조명 같은 난색 계열 인공 조명하고 만나면 갑자기 차분하고 도회적인 무드로 반전되죠. - 색감이 '말하기 애매한 그레이'라는 것도 되게 중요한 디테일이에요. 그냥 단호한 회색이 아니라 미묘하게 채도가 섞였거나 톤 다운된 그레이는 주변 광원을 잘 흡수해요. 덕분에 어떤 바지, 어떤 아우터랑도 충돌할 일이 없고요. 특히 저런 인위적인 재질감과 결합되면 그 옷 자체가 하나의 오브제처럼 독립적인 분위기를 갖추게 되죠. 밤에만 꺼내 입고 싶은, 낮에는 굳이 꺼내기 싫은 '야행성 옷'이라는 존재, 새삼 느껴보게 되네요. 덕분에 좋은 텍스트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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