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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오늘의 착장

점프수트 하나만 입었을 뿐인데 완성되는 실루엣이 참

빈티지록셔리·1시간 전·조회 23

요즘 같은 환절기엔 딱 레이어드 하기도 애매하고 그렇다고 얇은 한 장만 걸치기엔 쌀쌀하고, 이 점프수트 하나가 진짜 보물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오늘 꺼내 입은 건 70년대 프렌치 워크웨어 스타일로 나온 헤비 코튼 트윌 점프수트인데, 연식이 꽤 된 거라 여기저기 물이 빠진 듯한 내추럴한 페이드가 잡혀 있어요. 새것처럼 깔끔한 점프수트도 물론 예쁘겠지만, 저는 이렇게 세월이 묻어나는 빈티지 원단 특유의 낡은 질감이 올드머니 무드랑 훨씬 잘 맞물린다고 생각하거든요.

  • 상의는 그냥 점프수트 자체로 충분해서 안에 얇은 실크 터틀넥 하나 받쳐 입었고.
  • 신발은 요즘 많이들 신는 통 넓은 운동화 말고, 일부러 낡은 척테일러 재패니즈 라인 검정 컨버스로 마무리했어요. 점프수트 밑단이 살짝 와이드하게 떨어지는데 복숭아뼈 위로 접어 올리니까 발목이 드러나면서 좀 더 경쾌해지더라고요. 이게 포인트였어요.

솔직히 점프수트 입으면 다들 편하다고들 하는데, 저는 개인적으로 그 편안함이 나태함으로 빠지지 않으려면 소재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봐요. 차라리 저렴한 폴리 계열 점프수트는 구김도 너무 잘 가고 빛 반사가 인위적이라서, 세탁 몇 번 하면 바로 맥없이 흐물거리더라고요. 그에 비하면 오늘 입은 이 녀석은 캔버스처럼 빳빳하게 산 코튼이 지금은 몸에 딱 맞게 길들여져서, 앉았다 일어났을 때 무릎 부분에만 자연스러운 주름이 잡히는 게 진짜 그림 같아요. 이게 진짜 헤리티지지 싶어요.

  • 액세서리는 실버 말고 빈티지 골드 톤으로 통일했고, 벨트는 살짝 스크래치 난 블랙 레더로 허리 라인 딱 잡아줬어요. 점프수트가 루즈한 만큼 허리에서 실루엣을 한 번 끊어주는 게 전체적으로 늘어져 보이지 않게 하는 비결이에요.
  • 가방은 브랜드 로고 없는 올드 코치 새들백 크로스로 들어서 어깨에 걸쳤더니, 진짜 시간 여행 온 사람처럼 완성되더라고요.

다들 점프수트 입으면 화장실 갈 때 불편하다고 하는데,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는 옷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오히려 그 불편함이 주는 절제미가 좋아서, 점프수트 입는 날은 소지품도 최소화하고 폰이랑 립밤만 딱 넣고 다녀요. 그렇게 하면 자세도 더 바르게 되고 괜히 마음까지 차분해지는 기분이랄까.

사진은 움직일 때마다 옷자락이 자연스럽게 흐르는 게 너무 예뻐서 찍으려고 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제대로 담긴 게 없어서 아쉽네요. 다음엔 야외에서 빛 받는 원단 질감 위주로 찍어보려고요. 다들 이번 주말엔 가벼운 점프수트 하나로 가을 공기 한 번 즐겨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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