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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오늘의 착장

날 풀린 줄 알았는데 아침 공기가 제법이라 꺼내 입은 엘리베이티드 베이직

빈티지록셔리·1시간 전·조회 6

오늘 아침에 나가려고 현관문 여는데 바람이 제법 들어와서, 어제 오후에 벗어둔 트렌치를 다시 걸칠까 하다가 그냥 캐시미어 니트 위에 싱글 코트 하나 걸쳤습니다. 평소 즐겨 입는 조합이긴 한데 오늘 따라 마음이 좀 차분해지는 무드더군요.

  • 이너: 라운드넥 캐시미어 니트, 멜란지 그레이. 연식은 정확히는 모르겠고 아마 2000년대 초반쯤 영국에서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요즘 니트보다 조금 짧고 어깨가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실루엣인데 그래서인지 안에 셔츠를 받쳐 입어도 답답하지 않아요. 캐시미어 함량 높은 건 오래 입을수록 결이 살아나는 게 있는데 이게 딱 그런 경우입니다. 세탁은 시즌 끝나고 전문 맡기고, 입고 난 뒤엔 하루 정도 통풍 잘 되는 곳에 걸어두는 편이에요.
  • 아우터: 네이비 싱글 코트. 이건 작년 겨울에 우연히 구한 이탈리아제 헤리티지 브랜드 구형입니다. 어깨에 패드가 거의 없는데도 라펠이 딱 잡혀서 입으면 상체 라인이 무너지지 않아요. 울 밀도가 높아서 얇은데 바람이 잘 안 들어오고, 주머니에 손 넣고 걸으면 뒤 실루엣이 좀 예쁘게 잡히는 편입니다. 요즘 나오는 코트들 보면 같은 네이비인데도 광택이 도는 합성섬유가 많아서 오히려 이런 무광 깊은 색이 더 드물어진 느낌이에요.
  • 하의: 연청 데님. 정확히는 연청이라기보다 회색빛이 섞인 워시드 진인데, 밑단은 기장을 살짝 줄여서 코트랑 같이 입었을 때 발목 라인이 깔끔하게 떨어지게 해뒀습니다. 데님 자체는 르메르 같은 곳이 아니라 국내 중소 브랜드에서 몇 년 전에 산 건데, 입을수록 허벅지랑 밑단 쪽 워싱이 자연스러워져서 아직도 손이 가네요. 역시 데님은 비싼 것보다 자기 체형에 맞는 게 먼저인 것 같습니다.
  • 슈즈: 블랙 레더 로퍼. 굽이 낮고 코가 약간 둥근 구두인데, 양말은 안 신고 맨발에 신었습니다. 예전에는 로퍼에 무지 양말 신는 걸 별로 안 좋아했는데 나이 드니까 발목이 너무 비어 보이는 것도 좀 그래서 계절 바뀔 때만 맨발로 신게 되더군요. 가죽이 부드러워서 발등이 아프진 않은데, 대신 비 오는 날은 절대 안 신습니다. 물 얼룩 지면 답이 없어요.

사진을 못 올리는 게 아쉽네요. 원래 오늘 아침에 찍어두긴 했는데 퇴근하고 보니까 폰이 좀 상태가 안 좋아서 그냥 글로 정리해봤습니다. 색감은 그레이, 네이비, 연청, 블랙 순서로 위에서 아래로 좁아지는 톤이라 멀리서 보면 무채색 정갈한 느낌이었어요. 여기에 스카프 하나만 더했어도 좋았을 텐데, 아침에 시간 없어서 그냥 나왔네요.

아무래도 요즘 같은 환절기에는 화려한 아이템 몇 개 섞는 것보다 베이직한 컬러랑 소재 밀도로 승부 보는 게 제일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특히 엘리베이티드 베이직 무드라는 게 결국 단순한 기본템이 아니라, 실루엣이랑 소재에서 연식이 묻어나는 옷들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입느냐의 문제더군요. 오래 입을수록 몸에 붙는 캐시미어 한 장이 유행템 서너 개보다 나은 이유기도 하고요.

여러분은 요즘 아침에 뭐 걸치고 나가시는지 궁금하네요. 아직 겨울 코트 안 넣으신 분들 꽤 있을 텐데, 저처럼 코트 위에 스카프 대신 머플러 하나만 더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끝까지 보시느라 고생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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