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착장
오늘은 좀 다르게 가봤습니다, 부드러운 강함이라는 걸 생각하며
댄디테일러·2시간 전·조회 62
사실 모던 시크라는 말을 들으면 흔히들 블랙&화이트의 날카로운 대비나 딱 달라붙는 실루엣을 떠올리시는데, 오늘 제가 입은 건 좀 결이 달랐습니다. 하이 게이지 울 저지로 만든 진회색 셋업을 베이스로 깔았는데, 여기서 포인트는 긴 기장의 브이넥 풀오버였어요. 보통 브이넥이라면 피부가 드러나는 부분 때문에 가벼워 보일 수 있는데, 이건 넥라인을 따라 떨어지는 리브 조직의 폴이 아주 얕고 정교하게 잡혀 있어서 오히려 목선에서부터 견갑골로 이어지는 선이 무척 단정하게 흘렀습니다. 거기에 겉감은 마이크로 조직감이 살짝 느껴지는 폴리 혼방에, 제가 오래 입어서 길들인 브라운 수트 재킷 하나만 걸쳤는데, 풀오버의 두께감이 재킷 안쪽 어깨와 소매통 라인을 무너뜨리지 않을까 걱정했거든요. 그런데 막상 입어보니, 부드럽게 떨어지는 니트의 성질과 재킷 고유의 칼라 어깨 라인이 이상하게 서로 싸우지 않고, 마치 원래 한 벌이었던 것처럼 어깨에서 자연스럽게 팔 쪽으로 힘이 빠지는 느낌이 들더군요. 사진이 없어 글로만 전달하기가 참 어려운 이 질감의 균형감, 아마 평소에 구조적인 수트를 즐겨 입으시는 분들이라면 공감하실 그 '적당히 빈 공간'에서 오는 시크함이 오늘의 핵심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