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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오늘의 착장

부츠컷 데님, 기장 딱 맞췄을 때 진짜 예뻐지더라고요

에디터의옷장·2시간 전·조회 14

요즘 날씨에 슬슬 롱 데님이 당기기 시작해서 창고(옷장을 창고라고 부릅니다, 저는) 깊숙이 넣어뒀던 부츠컷을 꺼냈어요. 작년 이맘때쯤 바지단 수선 맡기려고 3주 고민하다가 결국 잘랐던 기억이 나네요.

사실 부츠컷 데님, 저는 한동안 바지통 넓은 와이드 팬츠만 입다가 다시 보니까 새롭더라고요. 종아리부터 살짝 퍼지는 라인이 허리부터 발목까지 일자로 떨어지는 와이드랑은 또 다른 무게감이 있어서 의외로 발목이 강조되는 구두랑 매치하면 다리가 길어 보이는 착시가 생겨요. 물론 이건 기장이 신발 굽 높이까지 딱 커버될 때 얘기고, 길이가 애매하게 발목 위에서 끊기면 그냥 나팔바지 되어버리는 함정이 있죠. 저도 이 바지 처음 샀을 때 집에서 신던 슬리퍼에 입어보고 '망했다' 싶었는데, 7cm 정도 되는 토오픈 힐 신고 보니까 갑자기 각이 잡히더라고요.

오늘은 이 부츠컷 데님을 어떻게 입었냐면,

  • 상의: 셔츠형 니트, 진한 네이비에 가슴쪽만 살짝 루즈하게 떨어지는 핏이라 바지에 넣지도 뺴지도 않고 그냥 단 아래 끝을 바지 허리선에 살짝 얹는다는 느낌으로 정리했어요. 완전히 타이트한 상의는 부츠컷 특유의 복고 느낌이 과해질 수 있어서 이 정도 텐션이 딱 좋더라고요.
  • 데님: 말한 그 부츠컷, 워싱이 밝은 중청이라 허벅지 부분은 슬림하지만 무릎부터 벌어지는 라인이 은근히 과장되어 있어요. 70년대 재현 이런 느낌보다는,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모던 부츠컷에 가까워요.
  • 신발: 베이지 계열 포인티드 토 힐. 부츠컷 밑단에 신발 코만 살짝 보이게 하니까 발등 연장선이 생기면서 다리 길이가 진짜 사기적으로 보여요, 이건.
  • 아우터: 트렌치코트인데 이게 핵심이었어요. 부츠컷 진에 롱코트 입으면 밑단이 약간 퍼지는 실루엣 때문에 코트 아랫부분이 바지에 눌리거나 이상하게 뭉치는 경우 있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더블 버튼 여밈 대신 허리 끈만 살짝 묶어서 앞을 확 트이게 연출했어요. 그러니까 걸을 때 바지 실루엣 코트 사이로 슬쩍슬쩍 보이는 게 오히려 레이어드 된 느낌 나고 예쁘더라고요.

제일 중요한 포인트는 역시 기장이에요. 이거 진짜 손등까지 내려오는 길이 맞추는 게 핵심이더라고요. 아니, 정확히 말하면 뒷굽 기준으로 바닥에서 1~1.5cm 정도 띄워지는 길이. 저는 수선 맡길 때 꼭 신을 신발 들고 가서 기사님한테 "이 구두 신었을 때 바지가 땅에 닿지 않으면서도 발등 복숭아뼈를 다 덮는 길이"라고 최대한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편이에요. 한 번은 커뮤니케이션이 잘못돼서 굽 없는 운동화 신고 갔다가 바지단이 바닥에 질질 끌려서 두 번 수선한 적도 있네요, 부끄럽지만.

근데 부츠컷 진짜 잘 입으려면 반대로 의도적으로 짧게 입는 시크한 방법도 있더라고요. 발목 복숭아뼈 위로 훅 드러나는 기장에 첼시부츠나 양말 레이어드 하는 거. 그건 그거대로 60년대 모즈 룩 느낌 나서 예쁜데, 저는 아직 도전 못 해봤어요. 아무래도 제 체형이 허벅지가 좀 있는 편이라... 이 바지는 허벅지가 슬림하게 잡혀서 괜찮은데, 발목에서 훅 짧아지면 다리가 두둥실 떠 보일까 봐 겁나더라고요. 같은 바지라도 기장 3cm 차이로 실루엣이 완전히 달라지는 게 옷 입기의 무서운 점이죠.

혹시 부츠컷 도전하실 분들은 꼭 신발이랑 같이 입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의외로 굽 높이에 따라 바지가 예뻐 보이는 각도가 달라져서, 막상 사서 집에서 신발 바꿔가면서 거울 앞에 한참 서 있게 되는 아이템이에요. 그리고 허리 라인이 좀 높은 걸 고르거나, 아니면 아예 하이웨이스트를 골라야 상의 매치가 편해요. 제가 가진 이것도 허리선이 배꼽 살짝 위인데, 로우라이즈 부츠컷은 진짜 모델 분들 아니면 일상에서 소화하기 힘들더라고요... 물론 제 의견입니다.

아, 그리고 부츠컷 데님에 운동화 신는 거 절대 못 입는 건 아닌데, 개인적으로는 어글리 슈즈 계열이 아니라면 좀 어색하더라고요. 클래식한 스니커는 오히려 밑단이 좁은 일자 데님에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고, 부츠컷 특유의 끝이 퍼지는 라인을 살리려면 굽이 좀 있는 구두나 웨지힐, 아니면 깔끔한 첼시부츠가 제일 무난해요. 물론 저도 비 오는 날은 어쩔 수 없이 레인부츠 신는데, 그날은 바지단 접고 입습니다...

오늘 코디에서 아쉬웠던 점은 가방을 좀 작은 걸 들어서 그런지 전체적인 실루엣 밸런스가 상체 쪽이 좀 가벼워 보였다는 거. 역시 부츠컷처럼 하체에 무게감 잡히는 바지는 숄더백보다 토트백이 더 안정감 있게 어울리는 것 같아요. 여러분도 부츠컷 입으실 때 가방 사이즈 한 번 신경 써보세요, 생각보다 전체적인 균형에 큰 역할을 하더라고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하고, 부츠컷 괜히 어렵다고 생각하시는 분들 계시면 그냥 기장만 잘 맞춰서 한 번 입어보시길... 진짜 다리가 길어 보이는 마법 같은 바지니까요. 물론 전 맨날 입는 거지만요. 아, 이 말투 에디터 시절 습관이네요. 죄송합니다.

그럼 다음 착장에서 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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