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착장
장마 끝물, 오래된 치노가 제법 빛나더군요
요 며칠 습도가 낮아져서 오랜만에 깊숙이 넣어둔 90년대 빈티지 치노를 꺼냈어요. 이 바지는 연식이 제법 흐른 만큼 면 특유의 뻣뻣함이 아니라 거의 세컨드 스킨처럼 몸에 감기는, 그 흐물거림 직전의 부드러움이 참 매력적이더군요. 저는 여기에 올해 초 공들여 손질해둔 오일드 레더 벨트로 허리를 살짝 조여주고, 상의는 소재 대비를 위해 질 좋은 실크 혼방 링클 셔츠를 걸쳐서 자연스러운 주름 사이로 은은한 광이 베어 나오게 했어요. 확실히 치노라는 캔버스는 값나가는 아이템의 허세보다는, 함께 입는 사람의 손때와 시간이 켜켜이 묻어날 때 진짜 제 몫을 하는 것 같아서, 단순히 ‘편하다’는 이유로 고르는 요즘 얇은 코튼 슬랙스들하고는 소재가 주는 깊이감이 확실히 다른 결인 느낌이에요. 아마 다음 주에 비가 한 차례 더 온다면, 세탁 후 다림질 대신 손으로 쭉쭉 잡아당겨 자연 건조시키는 특유의 마무리 손질을 한 번 더 해주려고 별러두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