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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착장

2000년대 초반 잡지 부록 느낌으로 입어본 하루

에디터의옷장·1시간 전·조회 6

사실 Y2K 무드 좋아하긴 하는데 요즘 너무 과하게 재해석된 것들 보면 가끔 좀 당황스러울 때가 있어요. 그 시절을 실제로 겪은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때는 저런 의도가 아니었거든요...ㅋㅋㅋ 어쨌든 저는 당시에 중학생이었고, 잡지 부록 가방에 눈 돌아가던 세대라서 그 감성을 최대한 덜 과장해서 입어보자, 라고 생각하고 골라봤어요.

  • 상의는 크롭 기장의 무지 긴팔 셔츠인데 소매가 좀 긴 걸로 골랐어요. 배꼽 살짝 위까지 오는 정도? 근데 이거 진짜 별 거 아닌 것 같아도 소매 길이가 길면 확실히 그 시절 특유의 손등을 덮는 애매한 비율이 살더라고요. 예전에 교복 위에 입던 그 과잠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컬러는 그냥 흰색에 가까운 아주 옅은 크림색이라서 바지는 과감하게 가도 괜찮겠다 싶었고요.

  • 바지는 제가 한창 저지를 모으던 시절에 샀던 나일론 패러슈트 팬츠예요. 허리 밴딩에 발목 쪽에 스토퍼 달려 있고, 전체적으로 바스락거리는 소리 나는 그 재질. 통은 엄청 넓은데 밑단을 조이니까 괜히 신발이 더 커 보이는 효과도 있고요. 이 바지 사기 전에 소재 때문에 망설였는데 실제로 입어보니 확실히 각이 잡혀서 오래 가겠더라고요. 몇 년 입었는데도 늘어짐이 덜해서 놀랐어요.

  • 신발은 예전에 에디터 일할 때 단골 브랜드 관계자분한테서 저렴하게 산 에어 포스 계열인데, 지금은 완전 데일리템 됐죠. 크고 흰 운동화 하나 있으면 그 시절 감성 70%는 완성되는 느낌이에요. 여기에 발목 양말 대신 아예 중목 두꺼운 양말 접어 신는 게 포인트. 발목 위로 스포츠 로고 살짝 보이게. 이게 진짜 그때 감성이더라고요.

  • 가방은 진짜 고민 많이 하다가, 결국 당시 유행하던 미니 백팩을 멜까 하다가 포기하고 숄더백으로 갔어요. 등산 가방처럼 생긴 나일론 소재에 지퍼 달린 작은 거. 근데 이게 결정적인 포인트였던 게, 어깨에 짧게 매니까 진짜 잡지 부록 그 느낌 딱 나더라고요. 특히 끈이 굵고 주름이 많은 디자인이라서 더 그랬고요.

악세서리는 거의 안 했어요. 사실 그 시절 악세서리라고 하면 머리띠나 반짝이 핀 같은 건데, 그걸 지금 제 나이에 진짜로 하면 너무 의도가 빤히 보여서 좀 그렇고... 대신에 머리는 2:8 가르마에 클립으로 살짝만 뒤로 고정했어요. 샤방가르마라고 하던가. 여기에 립은 틴트 대신 그냥 립밤만 발랐는데 오히려 립밤 케이스가 옛날 니베아 그 파란 동그란 통이었어서 은근히 소품 역할을 하더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이 코디 진짜 불편할 줄 알았거든요. 배 나오고 발목 양말 안 신고 통 넓은 바지 입는 거 은근히 어색할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입으니까 그때로 돌아간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어요. 그 시절을 모르는 분들한테는 그냥 '저 바지 재질 뭐예요?' 라는 질문만 받았지만, 같은 세대 친구들은 멀리서도 알아보고 손 흔들더라고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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