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착장
린넨 블렌드 셔츠와 이카트 스카프, 그리고 오늘의 불균형
사실 에스닉 무드라고 거창하게 가져가면 괜히 힘 들어가서 숨 막히잖아요, 그래서 오늘은 진짜 딱 한 포인트로만 풀었습니다. 베이스는 늘 입는 빈티지 오프화이트 리넨 블렌드 레귤러 셔츠에 네이비 버뮤다 팬츠였고, 허리 대신 가방 끈에다가 인도네시아 여행 갔을 때 사 온 이카트 손수건을 늘어뜨려 묶었거든요. 이 천 자체가 워낙 염색 결이 깊고 자연스러운 느낌이라, 평소에도 심심한 옷에 툭 얹으면 금방이라도 장터로 나설 것 같은 분위기가 나서 애용하는데, 문제는 이걸 어디쯤에 거느냐에 따라 실루엣이 확 갈린다는 겁니다. 오늘은 살짝 밑으로 흘러내리게 해서 상체의 깔끔한 흰 빛과 하체의 정제된 다크 블루 사이에 툭 떨어진 뭉텅이가 만들어주는 묘한 긴장감이 꽤 괜찮았네요. 여기에 신발은 무심한 듯 아픈 듯 낡은 회색 스웨이드 로퍼를 신었는데, 이게 가죽 본연의 주름이 만드는 적당히 무기력한 텍스처가 아니었으면 아마 셔츠의 품과 스카프의 컬러가 따로 놀았을 겁니다. 결국 이렇게 옷감의 올 풀림과 자연스러운 구김, 그리고 약간의 낡음이 겹쳐져야 진짜 에스닉 특유의 손때 같은 게 완성되는 것 같아요. 뭔가 덧없이 흩어질 듯 말 듯한 어깨선을 보면서, 아 이게 옷 입는 맛이지 싶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