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착장
오래된 클러치 하나만 드는 날의 묘한 기분
빈티지록셔리·3시간 전·조회 53
클러치는 정말 소재 싸움인 것 같아요, 아무리 심플한 실루엣이라도 가죽의 결이랑 연식에서 나오는 깊이가 완전히 다른 무드를 만들어주거든요. 착장이 조금 심심하다 싶을 때, 저는 과감하게 90년대 말쯤 나온 블랙 나파 레더 클러치를 딱 드는데 그 순간 룩 전체에 시간이 입혀지는 느낌이에요. 안에 든 거라곤 카드 지갑이랑 립밤, 낡은 은장 하드케이스가 전부지만 손에 쥐는 그 은은한 텐션감이 꽤 취향이라 자주 꺼내게 되네요. 특히 요즘 같은 시즌에는 캐시미어 니트 위에 올려진 살짝 갈라진 엣지의 광택을 보고 있으면, 공들여 담배 연기 배게 한 그 어떤 빈티지 재킷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품은 것 같아서 가만히 들여다보게 됩니다. 웨이스트 라인 위로 자연스럽게 접히는 팔의 각도와 클러치 볼륨감의 조화가 맞아떨어질 때의 쾌감도 꽤 중독적이거든요, 밋밋한 원피스 차림일수록 더더욱 빛을 발해서요. 물론 실용성만 따지면 요즘 나오는 토트백이 훨씬 낫겠지만, 우아함은 뭔가를 덜어내는 결심에서 온다고 믿는 쪽이라 오늘도 주머니를 비우고 나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