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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오늘의 착장

오늘은 살짝 아방가르드 무드 내봤음ㅋㅋㅋ

세일헌터·57분 전·조회 51

아 요즘 옷 입을 때마다 느끼는 건데, 너무 평범한 스타일만 고집하다 보니까 조금 지겨워지더라구. 나 원래 기본템 성애자라 흰 셔츠에 슬랙스, 가디건 이런 조합만 주구장창 돌려입었는데 친구들이 보면 "너 오늘도 그 옷이냐" 이럴 정도였음ㅋㅋㅋㅋ 그러다가 며칠 전에 무신사 구경하는데 아방가르드 스타일 모델 짤 하나 딱 보는데 이게 진짜 내 취향 저격인거야. 막 과하거나 이상한 게 아니라, 실루엣이 독특한데도 이상하게 예뻐 보이는 그런 거. 딱 봤을 때 '아 이거지' 싶더라.

그래서 오늘 바로 내 옷장 털어서 한번 입어봤음.

  • 우선 상의는 작년에 탑텐 세일할 때 샀던 오버사이즈 롱슬리브 검은색 티셔츠인데, 원래는 그냥 맨투맨 안에 받쳐입을려고 산 거거든? 근데 이걸 아우터처럼 걸쳐봤어. 원래 제 사이즈보다 한 세 치수 크게 사뒀던 덕분에 어깨선이 한참 내려가고 소매가 손등을 덮는 정도라, 팔 움직일 때마다 생기는 주름이 은근 아방가르드 느낌 나더라.
  • 하의는 좀 파격적으로 가보고 싶어서 스파오 와이드 진청 데님 골랐음. 이것도 작년 겨울 시즌오프 때 2만원대 초반에 건진 쌈템인데, 통이 엄청 넓어서 걸을 때마다 바지단이 휘날리는 게 일반 와이드랑은 또 달라. 마치 점프수트 밑단 바지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 신발은 깔끔하게 정리하려고 무탠다드 흰색 레더 스니커즈 신었는데, 나머지가 좀 부담스러울 수 있어서 발은 차분하게 잡아줬음. 이 조합이 진짜 신의 한수더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실루엣이 A라인처럼 딱 떨어지면서도 다리 부분에서 확 퍼지니까 전체적으로 실험적인 느낌이 나는데도 부담이 없어.
  • 악세서리는 걍 생략하려다가 예전에 홍대 놀러갔다가 천원숍에서 산 아주 얇은 반지 두 개를 검지랑 중지에 끼웠는데 이것도 생각보다 분위기 살리는데 효과적이었다. 손목에는 뭐 시계도 안 차고 깔끔하게 비워뒀음.

사실 아방가르드 하면 막 난해한 디자인이나 비대칭, 해체주의 같은 것만 생각했는데, 내 옷장에 기본템만 있어도 어떻게 입느냐에 따라서 충분히 연출 가능하더라. 특히 실루엣의 비례를 의도적으로 무너뜨리는 게 진짜 중요함. 상의를 과하게 크게 입어서 어깨를 없애거나, 바지통을 극단적으로 넓혀서 하체 볼륨을 비정상적으로 보이게 만든다든지. 그런데 또 머리부터 발끝까지 전부 과하면 진짜 이상해지니까 포인트는 한 군데에만 주는 게 답인 듯. 나는 하의에 포인트 줬고 상의는 검정으로, 신발은 흰색으로 심플하게 가니까 오히려 아방가르드 무드가 더 살아나는 느낌?

근데 문제는 친구놈이 내 착장 보더니 "너 오늘 제대하고 군복 입은 거냐" 이럼ㅋㅋㅋㅋㅋㅋ 진짜 빡쳤는데 거울 한 번 더 보고 나니까 또 틀린 말은 아닌 것 같아서 할 말이 없더라. 확실히 아방가르드나 실험적인 스타일은 입는 사람 만족도가 8할은 되는 것 같은데,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쉽게 이해 못 할 수도 있긴 함. 그래도 나는 괜찮더라. 평소에 못 입던 스타일이니까 오히려 더 기분 전환도 되고, 길 걸을 때도 뭔가 내가 패션위크 간 사람 된 것 같고ㅋㅋ

다음엔 여기에 로퍼나 더비슈즈 신고 양말을 아예 안 신거나, 반대로 무릎까지 오는 긴 양말을 신어보고 싶은 생각도 든다. 그리고 재질도 좀 더 믹스해서 광택 있는 소재랑 무광 소재를 섞어보는 것도 방법일 거 같음. 지금 생각 중인 건 유니클로 U 라인업 중에 광택 살짝 도는 셔츠를 하나 사서 안에 레이어드 하는 거. 그거마저도 다음 세일 때 노려보려고ㅋㅋㅋ 역시 옷은 세일 기간에 건지는 맛이 제일이야.

암튼 오늘 착장 대충 이랬는데, 다들 아방가르드 입을 때 팁이나 괜찮은 브랜드 있으면 댓글 좀 남겨줘. 중저가 브랜드 위주로 추천 부탁함. 나는 항상 돈 없는 세일헌터라서 비싼 거 못 삼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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