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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오늘의 착장

우아하게 흐트러진, 오늘의 발레코어 착장입니다

빈티지록셔리·6.22·조회 16

날이 제법 선선해져서, 여름 내내 접어뒀던 실크 스커트를 꺼내 입었어요. 정확히는 발레코어 무드로요. 요즘 크롭티에 러플 스커트, 레그 워머까지 하는 그런 직구 느낌보다는, 조금 더 제 취향을 가미한 쪽이에요.

사진은 없지만 오늘의 착장을 글로 풀어볼게요.

  • 상의: 딥 네이비 컬러의 얇은 메리노 울 니트. 사실 이 니트는 제가 7년쯤 전에 한 빈티지 숍에서 업어온 건데, 어깨선이 없이 둥글게 떨어지는 라글란 소매예요. 발레코어 하면 으레 오프숄더나 리본 끈을 떠올리지만, 저는 이 둥글둥글하게 흘러내리는 목선과 소매 라인이 마치 토슈즈의 리본을 풀어놓은 것 같은 느낌을 줘서 골랐습니다. 깃이 없으니 쇄골 라인이 깔끔하게 드러나고, 여기서 오는 우아함이 있죠. 몸에 딱 붙지 않고 실루엣이 살짝 뜨는데, 이 정도 여유가 오히려 몸을 우아하게 흘러내리게 보여줘요.

  • 하의: 아이보리 컬러의 실크 새틴 미디 스커트. 지난번에 A라인 스커트에 대한 글을 올렸었는데, 오늘 입은 건 A라인보다는 플레어에 가까운, 아주 얇고 부드러운 실크 새틴 소재입니다. 걸을 때마다 찰랑이는 느낌이 마치 발레의 쉬폰 스커트 같아요. 허리 부분은 밴딩이 아니라 앞에만 단추가 달려 있고 뒤는 고무줄이 없는, 약간 올드한 디자인이라 티 안으로 넣어 입으니 실루엣이 깔끔하게 고정되더라고요. 기장은 종아리 중간쯤 오는데, 발레코어에서는 이 기장이 참 애매하게 짧거나 길지 않아서 발목 라인을 살리기에도 좋아요. A라인의 매력에 빠지셨다는 댓글을 본 적이 있는데, 이런 플레어 스커트는 소재가 좋아야 보풀 걱정 없이 오래 입을 수 있더라고요. 물론 자연건조는 필수고요.

  • 신발: 발레코어의 핵심이죠. 실제 토슈즈는 아니지만, 끈이 발목을 감싸는 플랫슈즈를 신었어요. 색감은 상의 니트와 맞춰 딥 네이비 벨벳 소재로 골랐고, 끈은 얇은 새틴 리본이에요. 이 리본을 발목에 두 바퀴 정도 감아서 옆에서 살짝 묶고 남은 끈은 자연스럽게 늘어뜨렸습니다. 이 리본 하나로 평범한 플랫슈즈가 순간적으로 발레코어의 무드로 바뀌더라고요.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매듭을 너무 타이트하게 묶지 않는 게 중요해요. 정갈하게 묶기보다는 약간 흘러내리듯 묶어야 그 특유의 ‘우아하게 흐트러진’ 느낌이 살아요.

  • 액세서리 & 가방: 여기에 반짝이는 무언가를 더하기보다는, 텍스처의 대비를 더해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은 벨벳 소재의 미니 백을 검은색으로 크로스로 매고, 목에는 아주 얇은 담수 진주 목걸이를 단독으로 걸었어요. 진주 알이 작고 일정하지 않은 게 오히려 더 빈티지스럽고 인위적이지 않아서 좋았습니다. 번쩍이는 골드 체인 같은 건 일부러 뺐고요.

오늘 착장에서 가장 신경 쓴 건, 발레코어 특유의 ‘소녀스러움’보다는 ‘무용을 오래 해온 사람의 연습복’ 같은 결을 잡으려고 한 거예요. 몸에 딱 붙는 티셔츠에 다리 라인이 훤히 보이는 랩 스커트보다, 흘러내리는 듯한 니트와 찰랑이는 실크에 발목만 살짝 리본으로 묶어주니 오히려 더 성숙한 발레코어가 연출된 느낌입니다. 소재에서 오는 차이인 것 같아요. 저렴한 폴리에스터였다면 절대 따라오지 않을 질감이에요.

다음번에 또 입게 되면, 이번엔 아예 카디건을 어깨에 두르거나, 아니면 모던하게 가죽 재킷과 매치해봐도 재밌을 것 같아요. 우아한 스커트에 헤비한 소재를 부딪히는 거죠. 아직 애매한 날씨라 이렇게 레이어드 연구하기 참 좋은 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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