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착장
A라인 스커트, 그 무심한 듯 계산된 언밸런스에 대하여
오늘은 캐시미어 혼방의 하이게이지 니트에 울 개버딘 A라인 스커트를 맞춰봤습니다. 스커트의 실루엣을 결정짓는 건 결국 원단이 흘러내리는 무게감과 절개선의 각도인데, 이 제품은 앞판 중앙의 절개선이 허리에서 밑단으로 갈수록 아주 미세하게 벌어지면서 마치 트럼펫 라인 같은 착시를 주더군요. 니트를 스커트 안에 넣어 입는 것과 밖으로 빼는 것, 이 기장 설정에 따라 허리선의 높낮이가 시각적으로 달라져서 다리 라인이 꽤 길어 보이는 효과가 생깁니다. 저는 여기에 발목이 살짝 드러나는 기장감을 의식하면서, 신발은 지나치게 무겁지 않은 스웨이드 로퍼로 마무리해서 발등부터 정강이로 이어지는 선을 깔끔하게 뽑았어요. 가을 바람에 살랑 흔들리는 스커트 밑단의 움직임을 생각하면, 이 계절의 테일러드 무드는 정말 질리지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