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착장
안녕하세요, 맵시 식구분들. 오늘 꽤나 쌀쌀한 바람에 결국 현관에서 한참 망설이다가 이 녀석을 꺼내 들었습니다. 작년 이맘때쯤 운 좋게 손에 넣은 90년대 헌팅
사실 저는 긴 기장의 롱패딩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 숏 패딩은 실루엣 잡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특히 저처럼 하체가 좀 통통한 체형은 숏 패딩이 오히려 골반 라인을 다 드러내서 부담스럽거든요. 그런데 이 녀석은 어깨선이 딱 맞고 품은 적당히 여유가 있어서, 안에 꽤 두꺼운 니트를 받쳐 입어도 팔 라인이 둔해 보이지 않더라고요. 소재가 진짜 관건인데, 겉감은 살짝 광이 도는 고밀도 나일론이지만 만져보면 딱딱한 느낌 없이 손끝에 닿는 촉감이 부드럽습니다. 아마도 오랜 시간 옷장 속에서 숙성된 빈티지 특유의 길들여짐이 아닐까 싶어요.
- 코디 구성은 이렇습니다: 이너: 브리티시 그린 컬러의 램스울 라운드 니트. 목 부분이 살짝 늘어진 자연스러운 헤리티지 감성이 있어서 일부러 밖으로 빼지 않고 점퍼 안에 차분히 넣었습니다. 하의: 워싱감이 연하게 올라온 빈티지 리바이스 505 데님. 진한 인디고가 아니라 약간 바랜 듯한 하늘색 톤이라 상대적으로 어두운 상의와 무게를 맞춰줍니다. 슈즈: 검정색 래더 로퍼에 회색 리브 종아리 양말. 발목이 살짝 드러나는 길이감이 숏 패딩으로 인해 답답해 보일 수 있는 시선을 분산시켜 주더라고요. 맨발엔 춥고 양말을 신으면 답답할 때 이 조합이 참 유용합니다.
이런 숏 패딩 스타일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밸런스라는 생각이 들어요. 제가 예전에 바시티 재킷 얘기하면서도 비슷한 고민을 했었는데, 상체가 부해 보이는 아우터일수록 하의는 최대한 군더더기 없이 정리하고, 신발은 무겁지 않으면서도 발목에서 끊어주는 디테일이 필요하더라고요.
제가 가진 이 점퍼는 요즘 브랜드들처럼 로고가 덕지덕지 박힌 게 아니라, 지퍼 하나, 스냅 단추 하나에 담긴 연식과 세월의 흔적이 오히려 더 큰 럭셔리로 다가옵니다. 아직 영하로 떨어지진 않았지만, 바람이 제법 차가워진 요즘 같은 날씨에 숏 패딩 하나로 꽤 만족스러운 외출을 마치고 돌아왔네요. 물론 이른 겨울비 오는 날엔 절대 못 입습니다. 그런 날엔 무조건 발수가공 된 발마칸 코트를 찾게 되더라고요. 패딩은 역시 건조한 추위 전용인 것 같습니다, 아직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맵시 분들도 환절기 코디 고민이 많으실 텐데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