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착장
구제 시장에서 건진 에스닉 셔링 블라우스.
입어보고 진짜 한참 망설였어요. 이거 완전 내 취향인데 막상 어디에 매치해야 할지 감이 안 오더라고요. 결국 그냥 제일 기본인 생지 데님에 흰색 캔버스 로퍼로 눌렀는데... 의외로 이게 정답이더라고요. 블라우스 자체가 90년대 후반쯤에 동남아시아 여행 붐 타고 유행하던 그런 빈티지 에스닉 프린트인데, 소매 라인이 풍성한 대신 암홀이 깊고 목 파임이 예쁘게 패여 있어서 체형 커버 효과가 꽤 좋아요. 소재감이 조금 까다로워서 이너로 얇은 민소매를 받쳐 입어야 한다는 게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그마저도 실루엣을 좀 더 부드럽게 만들어주니까 전 나쁘지 않더라구요. 아, 이 블라우스 보자마자 떠올랐던 게 디올 2000년대 초반 갈리아노 시절 컬렉션인데... 물론 그 정도로 극적인 볼륨이나 장식은 아니지만 디테일에서 풍기는 분위기가 꽤 닮아 있어서 마음에 들었어요. 아마 모던 에스닉을 표방했던 그 시절 미학이 어느 정도 녹아 있는 디자인이 아닌가 싶어요. 액세서리는 진주랑 나무 비즈가 섞인 중고 시장표 빈티지 목걸이 하나 걸쳤는데, 이게 의도치 않게 블라우스 프린트에 있는 작은 기하학 패턴이랑 미묘하게 반응하더라구요. 90년대 잡지 에디터들이 간간이 시도하던 그런 믹스 매치랄까... 요즘 말로 표현하자면 좀 키치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저처럼 적당히 나이 든 사람이 입으면 오히려 세월빨로 커버되는 묘한 맛이 있네요. 아무튼 결론은, 이런 에스닉 아이템 고민이신 분들은 그냥 가장 기본적인 바텀에 믹스해 보시는 걸 추천드려요. 욕심내서 이것저것 붙이면 자칫 민속촌 느낌 나기 쉽더라구요. 전 아주 만족스러운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