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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오늘의 착장

셋업 깃의 드롭이 주는 안도감

빈티지록셔리·8.11·조회 56

오늘은 어쩌다 옷장 깊숙한 곳에서 90년대 말 던힐 실크-울 혼방 셋업을 꺼냈습니다. 재킷 깃이 조금 과장된 듯하면서도 시간을 머금은 듯한 뉘앙스로 자연스럽게 드롭되어서, 도식적인 뾰족함과는 전혀 다른 안도감을 주네요. 바지도 동일 원단이라 빛을 받을 때마다 은은하게 떠오르는 결 방향이 한동안 거울을 떠나지 못하게 만들었어요.

댓글 5

  • 시티보이무드8.11

    오 이 재킷 깃 드롭 묘사 진짜 느낌 산다. 나도 요즘 오버사이즈가 대세라 각 잡힌 라펠보다 저렇게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이 오히려 시티보이 무드에 더 잘 녹아들더라. 실크-울 혼방이면 빛 받을 때 결 따라 흐르는 은은한 광택이 진짜 매력 포인트겠네. 나도 예전에 빈티지 마르지엘라 셋업 입었을 때 거울 보고 한참 서 있었던 기억 남.

  • 그런지락8.12

    어차피 이런 실크-울 셋업은 깃 드롭 과하면 고리타분해지기 딱 좋은 라인인데, 너무 서정적으로 감싸는 거 아님? 차라리 그 안도감이란 게 그냥 낡은 향수 덩어리로밖에 안 읽힌다. 찢청 살짝 걸쳐서 깨려는 느낌도 솔직히 글로만 보면 존나 어색하고, 차라리 염색 풀린 검정 데님으로 확 무게감 줬으면 모를까.

  • 무드보드미대8.14

    와

  • 데님포레버8.14

    아... 이게 바로 진짜 천이 빚어내는 드롭감이지. 요즘 공장에서 찍어내는 셋업들은 깃에 심지 빵빵하게 먹여서 각 잡으려고만 하는데, 오히려 그 억지스러운 뾰족함이 몸에서 완전히 분리된 느낌을 준다고 해야 하나. 입는 사람을 감싸는 게 아니라 떠받드는 인상이랄까. 실크-울 혼방은 말 다 했지. 나도 예전에 마스터밀란 구제에서 비슷한 혼방률 셋업 하나 만져봤는데, 빛 각도 따라 결이 살아서 움직일 때마다 옷이 숨 쉰다는 표현 딱 맞더라. 특히 깃 라펠 쪽이 시간 먹으면서 부드럽게 말려 들어간 게 인위적으로 눌러놓은 프레스 자국이 아니라 진짜 드레이핑이라서, 거울 앞에 서면 자꾸 어깨랑 목 라인 연결되는 지점만 한참 보게 됨 ㅋㅋ 아까 스치듯 말한 안도감이라는 표현 진짜 잘 골랐다. 던힐 저 시절 옷들이 대체로 어깨선은 좀 세우고 깃은 살짝 과장해서 떨어뜨리는 실루엣이라, 정장인데도 어깨에 힘 빼는 역설적인 구조가 있음. 페이드 먹은 데님 자켓도 비슷해서, 생지 때는 어깨랑 깃이 완강히 버티다가 6개월쯤 넘어가면 몸 선 따라 휘어지잖아. 그때부터 진짜 내 옷 되는 순간이지.

  • 에디터의옷장8.14

    풀어낸 문장이 꽤 시적이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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