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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오늘의 착장

그냥 책 한 권 들어갔는데도 폼이 나더라, 이 토트백

비건클로젯·2시간 전·조회 23

진짜 오랜만에 올리는 오늘의 착장이다. 요즘 날씨가 좀 풀려서 레이어드 줄이고 심플하게 입고 다니는 중. 오늘 코디의 중심은 작년에 리세일 샵에서 건진 합성가죽 토트백이었는데, 이거 영업당할 뻔한 썰 포함해서 좀 길게 풀어볼게.

일단 상의는 작년부터 애용 중인 오트밀 컬러의 텐셀 니트. 텐셀이 원목 기반 섬유인 건 다들 알지? 유칼립투스 펄프에서 추출한 건데 실키한 광택이 은은하게 돌아서 싸구려 티 안 난다. 대신 세탁할 때 꼭 찬물에 중성세제 써야 하고 건조기 절대 금지다. 내가 작년에 실수로 중성 아닌 거 썼다가 옷감이 좀 죽었었거든... 지금은 그래도 보풀 제거기로 살려서 입는 중.

하의는 그냥 검정 슬랙스. 이것도 면, 폴리 혼방 아니고 오가닉 코튼 100에 텐사이클까지 적용된 거라 신축성은 덜한데 세탁 후에도 물빠짐이 거의 없었다. 다만 종아리 쪽이 좀 타이트하게 잡혀서 나처럼 종아리 알 있는 체형은 한 치수 크게 입는 게 편하더라. 이거 진짜 별 거 아닌 팁인데 은근 모르는 사람 많아서 적어둔다.

그리고 신발은 그냥 흰 스니커즈. 비건 가죽에 재생 폴리에스터 레이스 달린 제품인데, 밑창이 리사이클 고무더라. 근데 솔직히 디자인은 맘에 드는데 내구성이 생각보다 별로라... 6개월만에 밑창 마모가 시작됐다. 다음엔 재생 타이어 고무 밑창 쓰는 브랜드로 갈아타려고 한다.

자, 이제 메인인 가방. 이 토트백은 정말 우연히 득템한 건데, 내가 지난 가을에 합정 쪽 리세일 샵에서 발견했다. 선인장 가죽 기반 합성 소재에 안감은 재생 폴리에스터, 스트랩 마감도 동물성 글루 없이 식물성 접착제 썼다고 태그에 적혀 있더라. 솔직히 선인장 가죽이 데저토 같은 데서 대량으로 나오는 거라면 물 사용량 같은 이슈도 좀 있긴 한데, 그래도 동물 가죽 안 썼다는 점에서 나는 의미 있게 생각한다. 완벽한 건 없으니까.

근데 이거 하나 영업당할 뻔한 썰이 있다. 지난주에 카페에서 책 읽고 있었는데 옆 테이블 아주머니가 갑자기 "어머 가방 어디 거예요? 진짜 가죽 아니에요?" 이러시는 거다. 그래서 선인장 가죽이라고 설명해 드렸더니 "요즘 젊은 애들은 다 그런 비싼 거 사나 봐요" 약간 이런 뉘앙스로 퉁 치시더라. 순간 좀 당황했는데, 생각해보면 나도 예전엔 가방 = 소가죽, 송아지 가죽 당연하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지. 지금은 그냥 이 소재 자체로 충분히 예쁘고 오래 갈 거라고 믿는다. 실제로 작년 장마철에 두어 번 젖었는데도 표면 갈라짐 없었고, 물티슈로 살살 닦아서 보관하면 끝이다. 합성가죽이라고 무조건 약한 것도 아니더라.

  • 토트백 관리 팁 하나 더 덧붙이자면, 합성가죽은 습기보다 직사광선이 더 적인 것 같다. 나는 보관할 때 마른 신문지 넣어서 형태 잡고, 면 더스트백에 넣어서 옷장 안쪽에 둔다. 가죽 전용 오일 같은 거 절대 바르면 안 된다, 합성가죽 코팅 벗겨져서 끈적해질 수 있다. 나는 그냥 행주에 물 살짝 묻혀서 한 달에 한 번 닦아주는 걸로 끝.

솔직히 나는 이 가방 하나만 들어도 코디가 다르게 읽히는 경험을 자주 한다. 니트랑 슬랙스 같은 평범한 조합인데도 토트백 하나로 좀 단정해지고 성숙해지는 느낌? 가방 형태가 적당히 구조적이라서 그런가 보다. 너무 빳빳하지도 않고 너무 축 처지지도 않은 중간 질감이 오늘 같은 코디에 딱이었다.

암튼 길게 썼네. 날씨 좋은 날 가벼운 토트백 하나 들고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 좀 낫더라. 다들 오늘 뭐 들고 다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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