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맵시

오늘의 착장

장마 끝날 기미가 안 보여서 꺼내든 실크 나시, 그리고 90년대 아카이브 린넨 팬츠

빈티지록셔리·1시간 전·조회 33

올해 여름처럼 후텁지근한 날씨엔 진짜 소재가 정직하게 드러나는 것 같아요. 평소엔 셔츠 깃 아래 슬쩍 보이는 정도로만 연출하던 90년대산 생실크 나시를 과감하게 단독으로 꺼내 입었는데, 피부에 닿는 순간의 그 서늘한 결이 워낙 온도 차를 확실히 만들어줘서 하루 종일 기분이 덜 가라앉더군요. 이 옷은 원단의 장력이 좀 독특해서 어깨 끈이 흘러내리지도 않고 몸통에 달라붙는 느낌 없이 은은하게 공간을 품어주는데, 그 덕에 체형에 대한 부담 없이 정돈된 민소매 실루엣이 나와서 만족스러웠습니다. 아래엔 작년에 우연히 찾은 90년대 초반 조르지오 아르마니 르 꼴레지오니 린넨 팬츠를 매치했고요, 시간이 지나면서 생긴 특유의 유연한 주름과 마무리된 밑단의 시접 처리에서 오는 헤리티지가 실크 나시의 매끈한 광택과 부딪히며 꽤 근사한 텐션을 만들어주더군요. 나시나 민소매는 아무래도 노출 면적이 있으니 팔이나 등 쪽의 드레이프가 너무 헐렁하면 급격히 홈웨어 느낌으로 떨어질 수 있어서, 전 오히려 이렇게 약간의 세월을 먹은 소재에서 오는 절제된 무게감을 믿고 선택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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