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착장
공구함에서 꺼내 입은 듯한, 좀 낡은 워크웨어 무드
요즘 날씨가 애매해서 겉옷 고르기가 참 어렵더라고요. 아침저녁으로는 쌀쌀한데 낮에는 또 볕이 제법 따가워서, 계절의 경계에 선 기분이랄까. 그래서 오늘은 오랜만에 옷장 깊숙한 곳에 걸어뒀던 프렌치 워크 재킷을 꺼내 입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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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재킷은 제가 4년 전쯤에 일본 빈티지 숍에서 데ッド스톡으로 구한 건데, 1960년대 후반 프랑스 국영철도 쪽 작업복으로 추정되는 물건이에요. 워크웨어 특유의 툭 떨어지는 어깨 라인과 넉넉한 품,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건 칼라 부분이 조금 마모되면서 자연스럽게 세워지는 그 핏감. 요즘에 새로 나오는 워크 재킷들은 이걸 의도적으로 재현하려고 하지만, 진짜 시간이 빚어낸 구김과 퇴색은 흉내낼 수가 없더라고요. 원단은 코튼 트윌인데, 밀도가 꽤 높아서인지 오히려 살짝 광이 도는 게 마치 왁스를 먹인 듯한 표면감이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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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쪽에는 올해 초에 구입한 경량의 메리노 울 니트를 받쳐 입었어요. 빈티지 워크웨어 특성상 원단 자체가 약간 거친 편이라, 피부에 직접 닿으면 간지러울 수도 있는데 메리노 울 정도의 소재감이면 자극 없이 부드럽게 받쳐주니까 하루 종일 입고 있어도 편안했습니다. 컬러는 의도적으로 재킷의 프렌치 블루와 톤온톤이 되게끔 아주 연한 아이보리로 골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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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의는 요즘 제가 꽂혀 있는 1940년대 미군 치노 팬츠를 입었어요. 빈티지 밀리터리 계열이지만 실루엣 자체는 워크웨어와 정말 찰떡이라서, 요즘 워크웨어 무드 연출하실 때 강력 추천드려요. 어중간한 슬림 핏보다는 확실히 넉넉한 스트레이트 핏이거나, 여유가 있다면 약간 통이 넓은 오리지날 빈티지 치노를 찾으시면 더욱 그 느낌이 잘 살아납니다. 오늘 입은 것도 약간 광이 도는 코튼 소재라서, 위 재킷의 광택감과 묘하게 이어지는 것 같아 마음에 들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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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즈는 의외로 조금 무거운 느낌의 로퍼를 신어줬어요. 솔직히 워크 재킷에 레드윙 같은 워크 부츠를 신는 건 너무 교과서적인 매치라서 좀 식상해질 때가 있거든요. 그래서 일부러 슈즈로 살짝 텐션을 낮추면서도, 가볍지 않게 에토니의 그레인 레더 로퍼를 신었습니다. 굿이어 웰트라서 볼륨감이 꽤 묵직하게 발을 잡아주거든요. 여기에 굵은 립이 있는 면 양말을 약간 보이게 펼쳐 신으니, 전체적으로 발목 근처에만 딱 시선이 정리되는 기분.
사실 워크웨어 무드 연출할 때 제일 조심해야 하는 게 너무 신상 티 나는 아이템들로만 맞추는 거예요. 저는 오히려 적당히 빛이 바래고, 몇 군데 실밥이 풀린 듯한 디테일이 섞여야만 진짜 작업복 같은 멋이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마치 오래된 공구함을 열었을 때 나는 쇠와 기름 냄새 같은… 그런 촉감이요. 만약 당장 빈티지를 구하기 어려우시다면, 적어도 구매하실 때 원단의 세탁 가공 상태를 꼭 확인해보시길 권해요. 워싱이 과하게 들어간 건 인위적인 느낌이 너무 강해서, 차라리 생지에 가까운 걸 사서 직접 몸에 길들이는 쪽이 몇 배는 낫습니다.
에고, 주절주절 쓰다 보니 또 글이 길어졌네요. 요즘 들어 계속 이런 빈티지 워크웨어에 꽂혀서 그런지, 옷 얘기만 나오면 흥분을 주체할 수가 없나 봅니다. 회원님들도 애정하는 워크웨어 아이템 하나씩은 다들 가지고 계실 것 같은데, 다음에 시간 되면 그런 이야기들도 나눠보면 참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오후 보내세요.